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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나루 문단


안녕하세요 국어교육과 08학번 김현수 입니다

 

이번에 중앙대에서 실시한 제22회 의혈창작문학상에서 시부문에 당선되었습니다

 

항상 한 번쯤은 타보고 싶다고 생각한 대회에서 수상을 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당선작 '버스를 기다리다' 외 6편을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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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리다

 

꿈을 지니면 이루어질 줄 알았다

한 대만 더 한 대만 더

기다림으로 녹아버린 아스팔트 위로

홀로 표류하다 가슴에 굴러온 이파리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짓누르며 앞질러 갔는가

기다리다 지쳐 단일해진 사람들

버스가 지나간 자리마다 움츠러들고

대신 생선 비린내가 인화지처럼 선명해지는 오후

정류장 옆 장터 무엇에도 그늘은 있지만

이미 분리 작업이 끝난 

거리 좌판의 골 깊은 사람들

기다린 그늘 옆

이 밑바닥 느낌은 기다리지 않은 것이었다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거만한 건물들이

땡볕에 비를 내린다

이런 창백한 날 

뿌리를 빼앗기고도

푸른 꿈을 지닌 채소에게 답을 구해야 한다

딱 한 번이라도 종점 모르는 버스를 타고 싶었으나

기억하는 버스 번호에 오르지 않으려 했으나

여러 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기다림이 몸보다 빨랐다 

버스가 오자

예정된 자리에 앉아서 예정된 길을 따라가는 

모른 척 눈 감은 도시

 

 

 

 

 

구두 한 짝

 

아직 다가가지 않은 세상

 

뭔가의 짝이 된다는

 

설레임에 발 끝 곧추세웠다

 

나이에 맞는 발자국을

 

가는 길에 공평하게 찍었지만

 

갈림길이 많아질수록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것과

 

겨우 답지한 세상의 높낮이를 알았다

 

머뭇거리기도 하고 밀려가면서

 

지친 발 넉넉하게 안을 수 있게 된 날 

 

북적거렸던 탄생과는 달리 간소해진 생

 

한 번 붙으면 좀체 떨어질 줄 모르는 껌처럼 

 

피부 거죽에 남아있는 늙은 반점들

 

남루해지지 않는 약을 발랐지만

 

훼손되기 시작한 뒤축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더 낡을 게 남아 있지 않은

 

닳아진 세월

 

누가 집어가지 않는다 

 

한 때는 누군가에게 요긴했을 터

 

지명도 모른 채 밑바닥만 기웃거린

 

구두 한 짝

 

이별에 익숙해진 듯 장식 떼고 

 

다른 한 짝은 어떤 종지부를 찍고 있는지

 

누군가의 일상에 권태로 머물고 있는가

 

기억하는 것보다 잊어야 할 것이 많아진 바랜 구두

 

아니면 한 발짝도 내디디지 못했을 우리

 

다다르지 못하고 결국에 이른 아파트 쓰레기통 

 

누구에나 날이 갈수록 외로움이 커지는 법

 

금박 벗겨져 알아볼 수조차 없는 상표만

 

혼자 남은 가슴 달랠 뿐

 

지상에 우두커니 엎드려 있다 

 

 

 

콤파스 원 그리기

 

처음과 끝이 오롯이 만나려면

 

가슴 한 구석이 아파야 해

 

뾰족한 침 하나 박아 놓지 않으면

 

연필 끝은

 

그려내야 할 밑그림

 

제대로 획 하나 그려내지 못하고

 

저 가고 싶은 대로 끄적일 것이므로

 

심중에 패인 점 하나

 

끝내 동그라미를 볼 때까지

 

 

담담히 아파야겠다

 

지칠 줄 모르고 혈관에 흐르는 것들

 

언젠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끝나겠지만

 

그 지점에 두고 온 처음이 있어서

 

두렵지는 않아

 

한 가지에서 갈라진 처음과 끝

 

앞 뒤 정확히 잰 듯 몇 번이고 

 

휘청이게 한 통점들을 엮어

 

둥그런 내 생을 그려

 

 

 

스크래치

 

불을 끄면 길이 더 잘 보이는

 

밤을 택해 내 맘의 불을 끈다

 

보이는 것은 견고한 침묵일 뿐

 

세상과 치고 박고 싸우다 

 

앙금 한 켜씩 쌓인 밑그림 보이지 않는다

 

처음 무엇을 향하려고 했는지 도화지에 

 

고인 세월은 모서리에 닿을 때마다 

 

어떻게 휘어지고 엎디어 있는지

 

어느 것 하나 그리움 아닌 것이 없다

 

제대로 보일 때까지

 

넘나들고도 남는 어둔 그림

 

길게 뻗어나갈 것이므로 

 

감춰진 상처는 쓰디쓰다

 

어떤 힘으로 긁어내야 

 

살점 떨어져 나간 자리에 새 얼굴이 그려지려나

 

언젠가 여러 번 새겨 넣었던 길을 찾다가

 

그 밝았던 날의 색채 언뜻 보이고

 

끝내 캄캄해진다

 

 

 

슬픔은 저항이다

 

당신은 못 보았지

 

슬픔에게도 다양한 층위가 있고 

 

그 안에 저항권이 있다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수상쩍어 할 지 몰라

 

당신은 흘러갔으나

 

슬픔은 그 어긋난 자리에 고여

 

희미해지는 기억의 손목을 붙들어

 

어느 땐 가슴을 죄 뜯어 피울음을 따라 내

 

각목을 들고 아무거나 후려치기도

 

힘이 부쳐 까무러치기도 하지

 

그렇게 하고 난 뒤 하늘을 보면

 

어느 때고 별 하나 뜨지

 

똑같은 성분으로 나에게 별이 된 당신

 

보이지?

 

저항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슬픔

 

그래서 눈 감고 귀 막으라는 당신과

 

화해하고 싶지 않아

 

아마 더 아파할거야

 

날이 갈수록 날을 갈아 끝내 끝이 뾰족해지는

 

슬픔에 몸을 갖다 대

 

 

 

미래를 위한 식사

-짝짓기를 끝내고 암컷에게 먹힌 수사마귀에게 바침-

 

 

너나 나나

 

네 아비의 기운이 스민 지 여러 날

 

때가 되면 등이 까매지고

 

넌 손목에 날개를 달아

 

날 고요히 두드리겠지

 

팔목이 이렇게 가늘어서야 하면서도

 

내게 온 첫울림을 잊지 않기 위해 

 

여러 번 눈을 감겠지

 

그렇게 내 속에 누워있는 너

 

 

 

몸을 만지작거렸던 기억은 무어든 서러워서

 

난 배가 고파

 

생명줄 풀어 먹이가 되어준 당신 

 

당신의 앞다리를 붙잡고 

 

꼼짝달싹 못하게 하니

 

당신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군

 

우리 종족이 지금까지 멸종되지 않은 까닭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지상의 오래된 약속이라

 

눈 하나 뭉툭 잘라 씹어 먹고 있어

 

입 안 가득 차오는 당신의 맑은 속살

 

먹을 힘만 겨우 남아

 

당신의 마지막 숨결이 더해져서

 

속 깊이 뜨거워지네

 

이제 세상 어떤 즐거움이 날 붙들어도

 

마음을 풍화시켜 날릴 것이므로

 

당신이 보지 못하는 저 하늘 

 

끝내 퍼렇게 울먹여

 

 

 

겨울이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주었으므로

 

아까시 나무 되우 늘어지기 시작한

 

그 연한 그늘 아래

 

이제 몸을 풀게 될 거야

 

나 혼자가 아님을 알고 있어 그대

 

 

 

 

전봇대

 

예수는 오늘도 십자가에 못 박혀 있다

 

동네 슈퍼를 지나 두 번째

 

하도나 지독하게 흘러내리는 녹물과

 

동일한 간격으로 가슴에 박혀진 대못

 

주먹곤죽이 되어 오열하는 이가 가끔 있지만

 

접근금지 노란 푯말은 새도 오래 머물게 하지 못한다

 

땟국물 전선에 말라붙은 참새 똥과

 

엉성하게 묶여진 질량 많은

 

쓰레기는 쉽게 쓰레기를 불러 모으고

 

뿌리를 내린 지 한참이 지났지만 예수는

 

도무지 나무가 될 것 같지 않다

 

더 키가 자라지 않아도 좋은지

 

밤이면 등 하나 달아 허리를 굽힌다

 

버팀목이 될 수는 없어도

 

예수는 오늘도 십자가에서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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